톤레사프호를 끼고 자리 잡은 이 도시는 현대적인 도시의 활기와 전통적인 문화의 매력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입니다.
도시의 이름은 수도가 가락국수에 있을 당시, 왓 프놈을 지었다고 전해지는 뻰 여사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고 합니다.
인구는 약 228만 명으로 다수 크메르인 외에도 베트남인, 중국인, 프랑스인 등의 외국인도 많이 거주합니다. 프놈펜은 큰 강 둘과 인접해 있고 지대가 낮은 편이라 크고 작은 호수가 많아서요. 동네 이름에 호수라는 뜻의 '벙'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아요.
이 호수는 우기 때의 배수를 담당하여 강으로 흘려보내지기 때문에 많은 강우량에도 자연 홍수는 드물게 발생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땅이라는 느낌입니다만 호수가 없는 도시의 중심 지역은 배수시설이 부족해서 비가 조금만 많이 왔다 하면 침수되는 게 다반사라는 게 심각한 문제겠네요.
강변과 노로돔 도로 사이의 블록에 캄보디아의 행정, 사법, 경제, 문화, 보건 중앙기관들이 집결해 있고요.
현재 도심은 약간 남쪽으로 이동하여 형성이 되어 있으며 최근 이곳도 인구와 차량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각각 부도심으로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니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을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고 서울의 인구 밀집을 생각하면 그만큼 심각한 일인가 싶기도 해요.
행정 도시 프놈펜
프놈펜은 한눈에 보면 조용하고 느릿한 강변 도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 도시에 흐르는 다층적인 역사, 생동하는 거리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일상이 어느새 마음속 깊숙이 스며드는 그런 곳이에요. 캄보디아의 수도이자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인 이곳은 그저 수도 이상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느꼈던 공기 속의 습도, 땅의 온기, 길가에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향신료의 냄새까지… 하나하나가 참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 도시는 메콩강, 바사크강, 톤레삽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서요, 물길을 따라 도시가 숨 쉬고 있어요. 특히 톤레삽 강변에 위치한 리버프런트는 해질 무렵이 되면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함께 섞여 산책도 하고, 거리의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거나 아이들이 연 날리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섞인 그 분위기 안에 있으면, 괜히 나도 이곳에 오래 살았던 것처럼 편안해지더라고요.
프놈펜은 캄보디아 왕국의 수도인 만큼 왕궁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에요.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금빛 지붕과, 정성스럽게 손질된 정원이 어우러진 이곳은 참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워요. 바로 옆에는 실버 파고다가 있어서,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안에 있는 수많은 불상들과 벽화들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바닥에 진짜 은판이 깔려 있어서 이름 그대로 '실버 파고다'라고 불리는데, 이 정도의 세심함은 직접 보아야 감탄이 나옵니다.
도시의 화려한 면모 뒤에는 아픈 역사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킬링필드와 뚤슬렝 수용소 박물관은 캄보디아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예요.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의 비극을 되새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여행자들이 많은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걸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슬픈 이야기지만, 이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꼭 들러야 할 공간입니다. 가끔은 여행이 우리를 웃게도 하지만, 때로는 눈물짓게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힘도 있잖아요.
하지만 프놈펜은 그런 과거만을 품고 있는 도시는 아니에요. 지금의 프놈펜은 활기찬 시장과 맛있는 음식,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적인 작업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유쾌한 미소로 가득 차 있어요. 러시 시간대에는 오토바이와 툭툭이 도로를 가득 메우지만, 그 안에서도 모두가 느긋하게, 서로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특히 툭툭은 이 도시에서 꼭 한번 타보셔야 하는 교통수단이에요. 바람맞으며 도시를 유유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시장 이야기를 하자면, '중앙 시장(쁘싸 뜨마이)'이 정말 인상 깊어요.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이 시장은 노란색 돔 형태의 건물이 아주 눈에 띄는데요, 안으로 들어가면 금은방, 옷가게, 전자제품 가게, 꽃가게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예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현지인과 섞여 쇼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흥정도 하게 되고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시장 자체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식사도 참 매력적이에요. 캄보디아 전통 요리 중 하나인 '안목 트레이'는 꼭 드셔보셔야 해요. 바나나 잎에 싸서 찐 생선 카레 요리인데, 부드럽고 향긋해서 처음 먹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로쿠락’이라는 소고기 볶음 요리도 인기예요. 길거리에서는 바삭한 크레페처럼 생긴 ‘넘반촉’도 먹어볼 수 있는데, 고소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소스와 잘 어울려요. 아무 데나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밥 한 끼도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되곤 했죠.
날씨는 열대 몬순 기후라서 연중 대부분 따뜻하거나 덥고, 우기에는 비가 짧고 굵게 쏟아지기도 해요. 그래서 햇살은 뜨겁지만, 어딜 가도 나무 그늘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그늘 아래 앉아 코코넛 주스 하나 마시며 쉬고 있으면 그 순간이 아주 평화롭게 느껴져요. 특히 저녁이 되면 더위가 조금 가시면서 강변이나 카페가 붐비기 시작하는데, 그때쯤 리버프런트 카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참 좋습니다.
프놈펜의 매력은 여유와 생동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거예요. 아침엔 느릿하게 출근하는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지고, 낮엔 활기 넘치는 시장과 카페가 있고, 저녁엔 강변을 따라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하루하루가 다채로워요. 다른 동남아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프놈펜은 좀 더 인간적이고 덜 세련된 듯하면서도, 그만큼 친근하고 정감 가는 구석이 많아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집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모두가 다 아는 사람들처럼 서로 인사하고, 관심을 나누는 그런 따뜻한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어요.
혹시나 프놈펜에 간다면, 큰 관광 명소를 하나씩 찍고 다니는 여행보다는 그냥 그 도시의 일상이 되어보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모닝커피를 현지 카페에서 천천히 마시고, 툭툭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낯선 길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고요. 예상치 못한 시장 골목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쁜 소품을 만나기도 하고, 어느 식당의 아주머니가 건네준 따뜻한 미소 하나에 괜히 마음이 놓이기도 해요.
프놈펜은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풍경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움직여요. 이 도시는 꼭 빠르게 소비해야 할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머물며 하나하나 곱씹어야 할 이야기 같은 곳이거든요. 돌아보면 그리워지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도시. 프놈펜이 바로 그런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