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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를 만나자

by ranisamo8 2025. 3. 22.

맑고 푸르른 날의 캔자스시티의 전경입니다

 

아름다운 도시 캔자스시티를 소개합니다~

캔자스시티(Kansas City)는 미국 중부의 진짜 매력을 간직한 도시예요. 흔히 미국을 여행할 때는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캔자스시티에 발을 들이면 '아, 이게 바로 미국의 속살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곳은 미주리(Missouri) 주와 캔자스(Kansas) 주 경계에 걸쳐 있는 도시인데, 이름 때문에 자칫 캔자스 주에만 있는 줄 아시는 분들도 꽤 많죠. 실제로는 도시의 중심은 미주리 주 쪽에 있고, 두 주를 걸쳐 있는 형태예요. 그런 독특한 지리적 배경 때문인지, 이 도시 안에는 두 가지 정체성과 색깔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처음 도착했을 때 눈에 띄는 건 넓고 탁 트인 하늘이에요. 건물들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하늘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고, 거기에 중서부 특유의 시원한 바람이 계속 따라다녀요. 여름엔 제법 덥고 습하지만, 해가 쨍쨍한 날이 많아서 도심 곳곳의 야외 행사나 거리 공연들이 활기를 더해요. 반면 겨울은 쌀쌀하고 바람이 매섭지만,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뀌어요. 사계절이 뚜렷해서 계절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이 도시만의 매력이죠.

캔자스시티를 만나자

캔자스시티의 가장 상징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는 ‘바비큐’ 예요.

이건 정말 도시 전체가 인정하는 자부심이고, 그냥 바비큐가 아니라 ‘저온에서 오래 훈제한 고기’에 온갖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요리예요. 진짜 제대로 된 캔자스시티 바비큐는 고기 자체의 풍미에 스모키 한 향이 입혀지고, 여기에 특별한 바비큐 소스를 살짝 곁들이면 그 맛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죠. 현지인들은 좋아하는 바비큐 가게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고, 심지어 어느 집이 최고인지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해요. 한 번쯤 ‘Joe’s Kansas City’나 ‘Q39’, ‘Arthur Bryant’s’ 같은 유명한 바비큐 하우스를 들러보시면 입으로 느끼는 문화체험이 뭔지 실감하실 거예요.

 

이 도시가 단순히 음식만 좋은 곳은 아니에요. 음악적으로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캔자스시티는 재즈의 고향 중 하나로 불릴 만큼, 20세기 초부터 흑인 음악과 재즈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곳이에요. 지금도 다운타운 근처의 ‘18번가와 바인(Vine Street)’ 거리 근처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작은 재즈 바나 클럽을 만날 수 있어요. 규모는 작지만 분위기는 진짜 좋고, 현지 뮤지션들이 라이브로 들려주는 재즈나 블루스 연주는 정말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이에요.

 

시내 중심에는 '켐퍼 현대미술관'이나 '넬슨 앳킨스 미술관'처럼 꽤 수준 높은 예술 공간도 많아요. 특히 넬슨 앳킨스 미술관은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갖추고 있어서, 하루를 꼬박 투자해도 아깝지 않아요. 미술관 건물 앞 잔디밭에 거대한 배드민턴 셔틀콕 조형물이 놓여 있는데,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스폿이에요.

 

캔자스시티를 걷다 보면 놀라운 게, 도시 전체에 분수가 정말 많아요.

'City of Fountains'라는 별명도 있는데, 세계에서 로마 다음으로 분수가 많다고 하니 꽤 의미 있죠. 그중에서도 컨트리클럽 플라자(Plaza) 지역은 유럽풍의 건물과 분수가 조화를 이루는 아주 세련된 쇼핑&문화 지구예요. 이 지역은 그냥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다 보면 유럽 어느 도시의 거리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밤에는 조명이 켜지면서 한층 더 로맨틱해지죠.

 

그리고 사람들은 꽤 느긋하고,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도 친절한 편이에요.

너무 붐비지 않고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도시가 지닌 문화적 깊이는 꽤 탄탄한 편이라 ‘숨은 진주’ 같은 느낌이에요.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대화가 오가니까 여행하는 내내 기분이 편안해져요. 특히 동네 커피숍이나 독립 서점에 가면, 책 한 권 들고 커피 한 잔 시켜서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고요.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대자연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루주 벤 비스타(Lose Ben Vista)’ 같은 도시공원도 있지만, 차를 타고 30~40분만 가면 호수나 강 주변에 마련된 캠핑장이나 하이킹 코스가 있어서 도심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미주리 강이 도심을 따라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강변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하루 코스를 계획해 보는 것도 꽤 괜찮아요.

 

야구나 미식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메이저리그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NFL의 치프스가 이 도시의 자랑인데,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도시 분위기 자체가 조금 들떠요. 특히 미식축구 시즌이면 파킹장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팬들이 전통처럼 텐트를 치고 응원 준비를 하는 모습은 단순한 스포츠 관람 이상의 문화를 보여줘요. 이게 바로 미국의 ‘테일게이팅(Tailgating)’ 문화인데요, 그냥 음식과 응원으로 하나 되는 진짜 축제 같아요.

 

캔자스시티의 또 하나의 차별점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에요. 식사비, 숙박비, 입장료 등 전체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여유롭게 오래 머물기 좋은 도시예요. 반면 도시 인프라나 문화 수준은 부족하지 않아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기도 해요.

 

캔자스시티는 속도보다 깊이를 보여주는 도시예요. 처음엔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머물수록 이야기가 하나씩 더해져요. 바비큐의 향기, 골목에서 들려오는 재즈, 분수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여유로운 미소의 사람들.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캔자스시티만의 색깔을 만들어내죠. 관광지로서 번쩍이는 화려함은 없을지 몰라도, 마음에 오래 남는 여행을 원하신다면 이 도시, 정말 진심으로 추천드릴게요.

 

마치 한 편의 음악처럼, 천천히, 오래오래 여운을 남기는 도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