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빛이 나는 나이로비

by ranisamo8 2025. 3. 10.

빛나는 하늘과 나이로비의 전경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는 아프리카의 금융 허브이자 유엔 환경 계획의 본부가 위치한  가장 활기찬 대도시로 유명합니다.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최초의 UN 산하 기구의 본부가 이곳에 있는 것은 사실 정치적인 배경도 있는데, 환경 관련 국제기구 특성상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개발을 억제하라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환경 기구는 강대국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다른 유엔 산하 기구가 많은 뉴욕, 제네바가 아닌 나이로비로 오게 된 것입니다.

 

나이로비라는 이름만 들으면 아프리카의 초원만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나이로비에는 고층빌딩도 상당히 많고, 상당히 멋진 스카이라인을 자랑합니다.

공항으로는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이 있고요. 유명한 건축물로는 국회의사당 건물, 원통형 빌딩과 아프리카 초막을 연상시키는 건물디자인이 인상적인 케냐타 회의소, 나이로비 가톨릭 대성당, 수많은 모스크들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8km 정도만 나가도 세계적인 공원으로 이름난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이야말로 아프리카의 이름이 아깝지 않도록 수많은 맹수들이 살고 있으며, 실제로 이곳에 살던 사자가 나이로비 시내로 들어와 사살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와우~ 스펙터클 도시 나이로비를 방문해 보세요~

빛이 나는 나이로비

나이로비는 케냐의 심장 같은 도시예요. 그냥 수도라기보다, 이 도시는 동아프리카의 맥박이 뛰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고 활기찬 도시 중 하나지만, 동시에 도시 한복판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독특해요. 저도 처음엔 '수도 한가운데에서 사자를 본다고?'라는 의문부터 들었는데요, 진짜랍니다. 나이로비는 야생과 도시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아주 특별한 도시예요.

 

가장 먼저 마음을 훔치는 건 나이로비 국립공원이 아닐까 싶어요. 공항에서 차로 20~30분만 이동하면, 아찔할 만큼 가까이에서 기린이나 코뿔소를 볼 수 있는 공원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초원 위로 나이로비의 고층 빌딩이 실루엣처럼 보이는데, 그 풍경은 진짜 설명하기가 어려울 만큼 멋져요. 아침 이른 시간에 사파리를 떠나고, 점심엔 도심으로 돌아와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정이 이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져요. 사파리와 도시 생활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는 게 참 나이로비 답죠.

 

나이로비의 날씨는 의외로 쾌적해요. 적도에 가까운 도시지만 해발 약 1,800미터에 있어서 덥기보다는 선선한 날이 많거든요. 낮에는 햇살이 따뜻하고, 아침저녁엔 가볍게 겉옷이 필요한 정도예요. 우기에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을 수도 있지만, 그 비마저도 땅 냄새를 더 진하게 만들면서 정겹게 느껴져요. 거리의 흙냄새, 야자나무 향, 덥고도 상쾌한 공기, 그리고 가끔씩 바람에 실려 오는 탄 냄새 같은 것들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어줘요.

 

도심에서는 케냐의 문화와 현대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특히 나이로비 아트센터나 고다운 아트 갤러리 같은 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활기찬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알록달록한 색채, 리듬감 있는 패턴, 그리고 삶을 대담하게 담아낸 그림들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하게 돼요. 이곳 사람들은 표현에 있어서도 아주 자유롭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요. 그래서일까요, 나이로비에서 대화는 종종 춤이나 노래처럼 느껴져요.

 

마사이 마켓도 절대 빼놓을 수 없어요. 손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천막 아래 가득 펼쳐져 있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흥정하는 소리, 그리고 색색의 구슬 장식들이 어우러져 정말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내요. 물론 가격 흥정은 필수예요. 조금은 과감하게 시작하고, 서로 웃으며 중간에서 만나는 재미도 크죠. 여유가 있다면 핸드메이드 목걸이나 직조된 가방, 마사이 담요 같은 것도 골라보세요. 각각의 아이템에는 그걸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냥 기념품 그 이상의 의미가 되거든요.

 

현지인의 일상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나이로비의 거리 음식도 꼭 맛보셔야 해요. ‘니아마 초마’라고 하는 케냐식 숯불구이는 특히 인기가 많은데요, 소고기나 염소고기를 양념 없이 구워서 소금만 뿌려 먹는 방식이에요. 단순하지만 육즙이 꽉 차 있고 정말 맛있어요. 현지 사람들은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만든 반죽 같은 음식)와 함께 먹는 걸 즐기는데, 그 식감도 꽤 독특하답니다. 카렌 블릭센 박물관 근처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많아서, 전통 요리를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고 싶은 분들께도 좋고요.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카렌이라는 동네가 나와요. 이곳은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이 실제로 살았던 곳인데, 그녀의 저서 《아프리카의 회상》을 읽어보셨다면 익숙한 이름일지도 몰라요. 박물관 건물은 당시의 농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주변에는 조용하고 푸르른 길들이 많아서,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참 좋아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리다는 점도 이 지역의 매력이에요.

 

또 하나 흥미로운 곳은 지라니 아웃렛 같은 커뮤니티 마켓이에요. 현지인들이 직접 만든 천연 비누, 커피 원두, 유기농 식재료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나이로비 사람들의 일상 감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요. 여기서 만나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아프리카 고지대에서 자란 향기로운 원두들이라 향이 정말 진하고 부드러워요.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도 다채롭고요.

 

나이로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역사적인 배경도 함께 들여다보면 좋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흔적부터 현대 정치까지, 도시 구석구석에는 수많은 기억이 얽혀 있어요. 나이로비 국립박물관에 가면 케냐의 자연사, 인류학, 민속에 대한 전시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어요. 특히 '루시'라고 불리는 인류의 초기 조상 화석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구역은 생각보다 많은 걸 느끼게 해 줘요.

 

그리고, 나이로비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사람들입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다정하고, 웃음이 많고, 서로를 잘 돌봐요. 처음 보는 여행자에게도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길을 물으면 자세하게 알려주고, 때론 같이 걸어주기까지 하죠. 그래서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감이 많이 덜해져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나이로비를 단순히 ‘가본 곳’이 아닌 ‘마음에 남는 도시’로 만들어줘요.

 

나이로비는 마냥 화려한 도시는 아니에요. 때론 도로가 정체되고, 예기치 않은 정전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는 살아 숨 쉬는 진짜 삶이 있고, 자연과 사람, 전통과 현대가 엉켜 있는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풍경이 있어요. 한 번 이 도시에 발을 들여놓으면, 사람의 마음속에 천천히, 오래 남는 도시 나이로비를 분명 다시 떠올리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