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는 현대의 경이로움과 고대의 전통이 흥미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카타르와 도하는 우리에겐 조금 낯이 선 이름이었지만, 월드컵의 주제가를 한국의 가수가 맡으면서 제대로 알게 된 나라입니다.
도하는 17세기말부터 존재한 항구 도시 알 비다의 근교에서 1825년 건설되었어요.
도하는 비록 수심이 얕아 큰 선박을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지형적으로 만 형태였기에 자연 항구였어요. 20세기 초기에 도하는 진주를 채취하고 그 진주를 판매하는 그 엄청난 자연 무역에 힘입어 인구가 12,000명까지 증가하였던 적도 있었죠. 그때 만약 진주 생산량이 극도로 감소했다면 카타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기록하기도 했으니 진주가 도하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던 것 같아요.
사막 도시는 거의 매일 덥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에어컨이 완비된 박물관, 쇼핑몰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고 야외 활동을 즐긴다면 도시 안팎에서 아름다운 해변과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언덕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월드컵의 새로운 이름 도하
도하는 한눈에 보기엔 첨단 기술과 현대적인 건축물로 가득한 사막의 도시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여 이곳만의 깊고 조용한 매력을 천천히 느끼는 것을 추천드려요. 카타르의 수도이자 이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인 도하는 걸어서 돌아보는 도시라기보다는 한 곳 한 곳 목적지를 정해 움직여야 하는 도시지만, 그 여정이 꽤 흥미롭고 다채롭습니다.
사막 도시답게 도하의 날씨는 대부분 덥고 건조합니다.
특히 여름엔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기기도 해요. 그래서 현지인들도 낮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해가 지고 나서야 슬슬 활동을 시작하곤 해요. 겨울은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기온이 낮아져서 관광하기 훨씬 좋습니다. 도하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11월부터 3월 사이가 가장 쾌적할 거예요.
도하의 첫인상을 이야기하자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정갈함’ 일 거예요.
도시 전체가 잘 정비되어 있고, 길거리도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높은 빌딩들이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전통을 살짝 녹여낸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고층 건물만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Souq Waqif)’에 도착하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수크와 키프는 도하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장소 중 하나예요.
복잡하지만 질서 있는 골목 사이사이마다 향신료, 수공예품, 전통 의상, 천연 향수, 그리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특유의 중동 향이 골목을 감싸고 있어서 참 인상 깊습니다. 저녁 무렵이면 이곳의 노천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현지인들뿐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들도 많이 찾아서 다양한 언어가 들려오고, 그 분위기만으로도 이국적인 기분이 든답니다.
도하의 일상은 삶의 리듬이 꽤 느긋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특히 금요일은 주말이자 예배일이라 오전에는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고, 저녁 무렵부터 슬슬 활기를 되찾습니다. 현지 가족들은 이 시간에 맞춰 공원이나 해안가로 나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젊은 사람들은 쇼핑몰이나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내요.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도하 코르니쉬(Corniche)'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로, 아라비아만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인데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정말 멋져요. 해 질 무렵이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고층 빌딩들이 반짝이고, 바다에는 전통 목선인 ‘다우(dhow)’가 떠 있는 풍경이 정말 근사합니다. 해변을 따라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도시의 분주함이 아니라 한적하고 고요한 중동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요.
도하에는 현대적인 면모도 아주 잘 드러나 있어요. 예를 들면 ‘이슬람 아트 박물관(Museum of Islamic Art)’ 같은 곳은 건축 자체도 예술이고, 내부에 소장된 유물들도 굉장히 흥미로워요. 중동 지역의 예술품뿐 아니라 페르시아, 터키, 인도 등 다양한 이슬람권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거든요. 건물은 건축가 I.M. 페이가 설계했는데,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구조가 참 독특하고 세련됐습니다.
또 하나 꼭 들러볼 만한 곳은 '카타라 문화 마을(Katara Cultural Village)'이에요. 이곳은 예술과 문화를 위한 복합 공간으로, 전시관, 극장, 아트 갤러리, 모스크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어요. 마치 작은 도시처럼 잘 조성돼 있어서 산책 삼아 걷기에도 좋고, 갑자기 마주치는 거리 공연이나 설치 미술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무엇보다 밤이 되면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정말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뀌어요.
도하에는 전통시장도 있지만, 엄청나게 크고 현대적인 쇼핑몰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베니스'를 모티브로 한 '빌라지오 몰(Villaggio Mall)'은 실내에 운하와 곤돌라가 있고, 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천장 덕분에 마치 유럽의 고풍스러운 거리에서 쇼핑하는 느낌이 들어요.
도하에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정말 많아요. 특히 중동 지역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 그릴 요리나 후무스, 타불레 같은 음식들은 건강하면서도 맛이 깊어요. 여기에 카타르식 전통 커피와 함께 나오는 대추야자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완벽한 식사가 되죠. 현지 식당에 가면 따뜻한 차와 함께 무료로 나오는 작은 간식들이 많아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중동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도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입니다. 두바이처럼 화려하거나, 이스탄불처럼 복잡한 역사의 흔적이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그 대신 이곳에는 느림과 여유, 전통과 현대가 균형을 이루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마치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여행자로서 도하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마음을 열고’ 걸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카페테라스에서 현지인들의 일상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도, 때로는 시장 안 깊숙한 골목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것도 도하의 매력 중 하나거든요.
도하는 겉보기에 단단하고 정제된 도시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 많고 섬세한 사람들, 깊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바다와 사막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계가 살아 있는 곳이에요. 다른 중동 도시들과는 또 다른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언젠가 직접 마주하신다면 그 진가를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바람 한 점 없는 밤에 코르니쉬를 천천히 걷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잠깐 멍을 때려보세요.
별것 아닌 순간이지만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