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Mandalay)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에요. 양곤이 상업과 국제화의 중심이라면, 만달레이는 미얀마인의 정신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이곳은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랍니다.
만달레이의 고요함
도시 이름부터가 무언가 운치 있지 않나요? '만달레이'는 영국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에도 등장하고, 수많은 문학 작품과 여행자의 입에서 노래되며 어떤 낭만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은 이름이기도 해요. 하지만 실제로 발을 디뎌보면 이곳은 낭만보다는 현실적인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에요.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와는 달리, 이곳의 일상은 조금 느릿하고,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흘러가요.
만달레이는 미얀마 북부의 중심 도시로, 과거에는 꼰바웅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어요. 왕궁이 있었던 도시답게, 여전히 그 자취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고, 사람들의 삶 속에도 왕조 시절의 전통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도시 중심부에는 실제로 왕궁 유적이 넓게 펼쳐져 있어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해자와 네모 반듯한 벽, 그리고 입구마다 우뚝 서 있는 목조 문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그 시대의 위엄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요.
그리고 만달레이는 ‘불교의 도시’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사찰과 승려, 불교 의식이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이에요. 거리마다 붉은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조용히 걸어가는 모습이 흔하고, 하루가 시작되면 스님들이 집집마다 탁발을 다니는 장면도 아주 일상적인 풍경이에요.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하가난 사원(Mahagandayon Monastery)’이라는 큰 수도원이 있어요. 이곳에서는 수백 명의 스님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수행하고 있고, 아침이면 모두 줄지어 탁발을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광경은 굉장히 평화롭고 경건해서,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만달레이는 관광지로서 이름난 장소도 많지만, 사실 진짜 이 도시의 매력은 관광지가 아닌 일상에 숨어 있어요. 재래시장에 가면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안에서는 과일을 팔고, 옷감을 고르고, 간식을 만드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 펼쳐져 있어요. 사람들은 관광객에게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말을 걸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참 많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잠시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이 도시는 기후적으로는 열대 몬순 지역에 속해 있어서, 1년 내내 꽤 덥고 건조한 편이에요. 특히 3월에서 5월 사이는 정말 뜨겁고, 그 이후로는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이어져요. 그래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대체로 11월에서 2월 사이, 건기가 유지되면서 날씨도 조금 선선할 때예요. 물론 이 도시 사람들은 더위에 익숙해서 그런지, 긴소매를 입고도 유유히 걷는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만달레이에 머무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마주하게 돼요. 만달레이 힐(Mandalay Hill)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인데요, 해 질 무렵에 올라가면 오렌지빛 석양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는 풍경이 참 아름다워요.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불상과 작은 사원들은 일종의 ‘마음 챙김’이 되는 길이에요.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만나는 바람과 시야는, 그 시간이 단순한 등산이 아니었음을 알려주죠.
그 외에도 만달레이는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이기도 해요. 예술과 수공예가 사람들 삶에 밀접하게 이어져 있어서, 거리 곳곳에서 목공예, 금박, 보석 세공, 직물 공방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특히 불상에 입히는 금박을 만드는 작업을 볼 수 있는 금박 공방에서는, 얇디얇은 금 조각을 손으로 두드려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하루 종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장인의 손길은 말 그대로 예술 그 자체예요.
만달레이는 강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예요. 도시를 감싸듯 흐르는 에야와디강(Irrawaddy River)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예요. 강가에 앉아 있으면 작은 배들이 유유히 오가고, 물가에서 빨래하거나 고기를 잡는 사람들, 나룻배를 타고 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와요. 이 강을 따라 해 질 무렵 유람선을 타고 이동하면, 강물 위로 지는 노을과 함께 조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굳이 화려하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이 도시의 리듬에 몸을 맡기면 그 자체로 여행이 돼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와(Inwa)나 아마라푸라(Amarapura) 같은 근교 도시들도 꼭 한번 들러볼 만해요. 특히 아마라푸라의 우베인 다리(U Bein Bridge)는 사진으로 한 번쯤 보셨을지도 몰라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티크 나무다리인데, 이 다리를 해 질 무렵에 걸어보면 마치 다른 시대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어요. 물 위로 드리워진 사람들의 실루엣과 주홍빛 하늘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아름다워요.
만달레이는 단지 과거의 유산만 품은 도시가 아니에요. 젊은 세대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재해석하고 있어요. 전통과 현대가 겹쳐진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젊은이들, SNS로 예술을 공유하고 전통 악기 연주를 전파하는 청년들, 그리고 골목길에서 작은 전시회를 여는 예술가들까지, 이 도시의 미래는 조용히 자라고 있어요.
이 도시를 걷다 보면, 한편으론 미얀마의 현재를 직면하게 돼요.
아직은 변화와 갈등,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아주 강하고 단단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만달레이는 ‘볼거리’보다는 ‘느낄 거리’가 많은 도시예요. 찬찬히 걷고,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을 원하신다면, 이곳만큼 좋은 장소는 드물 거예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싶을 때.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과 풍경을 마주하고 싶을 때. 그런 순간에 만달레이는 아주 다정하게 곁에 와 줄 거예요. 아마 이 도시와의 인연은 조용히 시작돼서, 오래오래 기억되는 소란스러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