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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봄의 도시 메데인

by ranisamo8 2025. 2. 19.

수풀이 우거진 메데인 공원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이자, 안티오키아 주의 주도입니다.

도시로는 2등이지만 거대수도인 보고타와 인구격차는 상당한 편이며, 보고타와 도시문화도 사뭇 다르다죠.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르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마약으로 얼룩졌던 기존의 이미지를 떨치고 혁신 도시로서 변모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달동네를 환상적인 야경의 중심으로 변혁하였으며 특히 Comuna 13 구역에는 각종 실험적인 벽화와 구조물, 케이블카가 어우러져 있고, 산중턱에 위치한 마을을 주민들이 편히 오르내릴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꽃과 미녀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할 만큼 모델이 많이 나오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고 성형 산업으로도 유명하며, 미국에 비해 1/3 정도에 불과한 비용 때문에 성형 관광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원한 봄의 도시 메데인 

콜롬비아 제2의 도시, 안데스 산맥 품 안에 포근히 안긴 이 도시는 예전엔 꽤나 험한 이미지로 알려졌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요. 도시 전체가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고, 활짝 피어난 꽃처럼 변화를 껴안고 있어요.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랍니다. 날씨는 1년 내내 온화하고, 거리엔 꽃이 지지 않고,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어떤 따뜻함이 스며 나와요.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요. 메데인에서는 낯선 여행자도 쉽게 마음을 놓게 되더라고요.

 

처음 이 도시에 발을 디디면 눈에 들어오는 건 생각보다 정돈되고 세련된 풍경이에요. 도심은 활기차고, 대중교통은 깨끗하고 효율적이에요. 특히 메트로케이블이라고 부르는 케이블카 시스템이 인상 깊어요. 원래는 언덕 위 빈민가 주민들을 위해 도입된 교통수단이었는데, 지금은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타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 산들과 구불구불 이어진 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요. 이건 진짜 꼭 해보셔야 해요. 사진보다 직접 보는 게 훨씬 감동적이거든요.

 

사실 메데인의 진짜 매력은 ‘사람’이에요.

낯선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도와주려 하고, 진심으로 도시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택시 기사 아저씨도, 길거리에서 주스를 팔던 할머니도, ‘메데인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라는 걸 꼭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여행하는 내내 느끼게 돼요.

 

메데인을 천천히 느끼고 싶으시다면, 엘 파블라도(El Poblado) 지역을 먼저 걸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이곳은 트렌디한 카페와 감각적인 레스토랑, 갤러리, 부티크 호텔들이 밀집한 지역이에요. 분위기는 세련되면서도 여유롭고,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바깥 풍경을 보며 앉아만 있어도 메데인의 맥박이 느껴진답니다. 참고로 콜롬비아는 세계적인 커피 산지잖아요. 이곳의 커피는 정말 향과 맛이 깊어요. 무조건 ‘블랙’으로 마셔보시는 걸 권해요.

 

조금 더 현지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싶으시다면 로레토(Laureles) 지역도 좋아요. 이곳은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좀 더 조용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요. 아침 일찍 나와 공원을 산책하고, 빵집에서 갓 구운 파네 데 보노(Pan de bono)를 사 먹으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참 따뜻해요. 특히 주말엔 동네 마켓도 열리니까 산책 겸 다녀와보셔도 좋아요. 신선한 과일, 수공예품, 노천 공연까지,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메데인은 예술과 문화에서도 무척 활발한 도시예요. 특히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고향으로 유명하죠. 그의 독특한 조형미를 담은 조각상과 회화작품들은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요. ‘보테로 광장’에 가면 그의 작품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요. 조각상 하나하나가 크고 둥글둥글한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더라고요. 바로 옆엔 ‘안티오키아 미술관’도 있어요. 현대적인 감각과 콜롬비아의 역사적 서사가 어우러진 전시들이 꽤 흥미로워요.

 

이 도시가 안고 있는 과거를 이해하고 싶다면 ‘메모리아 하우스(Museo Casa de la Memoria)’에도 가보세요. 메데인이 겪었던 폭력과 아픔,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피어난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룬 박물관이에요. 이곳에 들어서면 단순한 전시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 도시가 과거를 지우지 않고, 오히려 껴안고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인상 깊고, 감동적이에요.

 

그리고 메데인은 정말 다양한 자연경관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아르비 자연공원(Parque Arví)’이 나와요. 이곳은 메트로케이블을 타고도 갈 수 있는데, 가는 길부터 멋져요. 도착하면 시원한 공기와 울창한 숲, 하이킹 코스가 기다리고 있어요. 자전거를 빌려 타도 좋고, 천천히 걸으며 새소리와 나무 냄새를 맡는 것도 참 좋아요.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고요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메데인만의 장점이에요.

 

밤이 되면 메데인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음악, 춤,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와 바에서 진짜 라틴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요. 살사 클럽에 가면, 초보여도 걱정 없어요.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춤을 춰주거든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낯선 이들과도 금세 친구가 되고, 어느새 깊어진 밤을 잊게 돼요. 그리고 술 한 잔이 필요하다면 ‘아구아르디엔테(Aguardiente)’를 한 번 맛보세요. 아니스 향이 나는 콜롬비아 전통 술인데, 그 나라의 문화가 몸으로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 도시를 다녀오고 나면 메데인을 설명하는 말이 달라져요. ‘살고 싶은 도시’ 혹은 ‘다시 오고 싶은 도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거예요. 아름다움이라는 게 꼭 반짝거리는 외형에서 오는 건 아니구나, 사람들의 온기와 도시의 진심에서 우러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메데인은 여행자에게 넓게 열린 두 팔 같아요. 따뜻하고 정 많고, 조금은 수줍은 미소를 가진 그런 도시예요. 아마도 당신도 이곳을 걸으며 그 매력에 서서히 물들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