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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리우데자네이루

by ranisamo8 2025. 4. 9.

높은 곳에서 바라본 바다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전경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이름만 들어도 어깨가 들썩이고 기분이 살짝 들뜨는 도시죠.

남미의 해변 도시들 중에서도 유난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곳은, 그저 예쁘기만 한 휴양지가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리듬과 땀, 열정이 도시 구석구석에 흐르고 있는 곳이에요. 브라질 남동부 해안에 자리 잡은 리우는 자연의 아름다움, 도시의 활기, 사람들의 에너지 이 세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한 번 다녀오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 곳이에요. 단순히 여행지를 넘어서 ‘경험해야 할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도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거대한 언덕들과 그 사이로 이어진 해안선이에요.

뾰족하고 우뚝 솟은 언덕들, 그 아래 펼쳐진 해변, 그리고 그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 마치 도시 자체가 자연 속에 파묻힌 듯한 느낌이에요. 특히 '슈가로프 마운틴(Pão de Açúcar)'은 리우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해발 396m의 바위산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은 정말이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워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점점 작아지는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그 느낌,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해 질 무렵이면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고, 그 위로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거든요.

 

열정의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자면 단연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이에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인 코파카바나는 그 명성만큼이나 늘 사람들로 붐벼요. 파도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해변가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드론들, 그리고 햇살 아래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인생이 해변과 함께 흐르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해변에 앉아 코코넛 주스를 마시거나 카이피리냐 한잔을 손에 들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리우의 일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똑같은 해변인데도 도시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잖아요? 리우의 해변은 ‘삶의 무대’ 같은 느낌이에요. 그냥 수영하고 누워 있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에너지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진짜 리우다운 공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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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의 또 다른 자랑은 ‘구세주 그리스상(Cristo Redentor)’이에요.

이건 단순히 높은 산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예수상이 아니에요. 도시 어디서든 그 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 존재 자체가 도시의 중심처럼 느껴지죠. 티주카 국립공원 안의 코르코바도 산 꼭대기에 서 있는 이 상은 높이만 해도 30미터가 넘고, 두 팔을 벌린 모습은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는 것 같아요. 구름이 조금 끼인 날에는 예수상이 하늘 위에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서, 종교가 없더라도 왠지 모르게 경건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리우는 날씨도 매력적이에요. 브라질은 남반구에 있어서 계절이 우리나라와 반대인데, 리우는 연중 대부분 따뜻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요. 기온은 대체로 25도에서 30도 사이를 오가고, 여름철엔 소나기가 자주 내리지만 길게 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우산보단 가벼운 우비나 얇은 점퍼 하나 챙겨가는 게 실용적이에요. 해변 옆을 걷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맞아도, 다들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피하지 않고 웃으며 걸어가더라고요. 그 여유와 낙천적인 분위기가 이 도시의 큰 매력 중 하나예요.

 

리우의 거리를 걷다 보면 끊임없이 들리는 음악이 있어요. 바로 삼바예요.

삼바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이자 이 도시 사람들의 정서와도 닮아 있는데요, 그 리듬감과 박자 안에 삶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어요. 삼바는 리우의 축제, 일상, 거리공연 어디에나 있어요. 특히 매년 열리는 리우 카니발은 삼바의 절정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 중 하나예요. 수천 명의 댄서들과 거대한 퍼레이드 차량, 알록달록한 의상들, 엄청난 음향 시스템까지. 그건 단순한 퍼레이드가 아니라, 한 해 동안 이 도시가 품어온 감정과 열정을 폭발시키는 시간이죠. 만약 이 시기에 맞춰 여행하신다면, 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실 거예요.

 

하지만 리우가 단순히 축제와 해변만 있는 도시는 아니에요.

리우의 구시가지에 가보면 유럽풍 건축물과 현대적인 거리 예술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요. 예를 들어 ‘셀라롱 계단(Escadaria Selarón)’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타일들로 꾸며진 예술 계단인데, 수십 개국에서 모인 타일들 덕분에 그곳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또 ‘산타 테레사’ 지구는 예술가들과 문화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갤러리나 독립 서점,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만날 수 있어요. 바다와 축제 외에도 이런 예술적인 감성과 도시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게, 리우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포인트예요.

 

리우는 또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꽤 복합적인 도시예요. 고급 콘도와 빈민가(파벨라)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조금 충격적일 수 있지만, 그 역시 이 도시의 현실이고 삶의 한 부분이에요. 요즘엔 일부 파벨라가 여행객들에게도 개방되면서, 현지 가이드와 함께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생기고 있어요. 직접 가보면 그 안에도 따뜻한 가족, 자랑스러운 문화, 그리고 작지만 활기찬 경제가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되죠. 무작정 가난하고 위험한 곳으로만 보이기보다, 도시의 또 다른 얼굴로 바라보게 돼요.

 

먹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죠. 브라질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슈하스코는 꼭 드셔보셔야 해요. 이건 우리식 바비큐랑 비슷하지만, 큼직하게 썬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굽고, 직원들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썰어주는 스타일이에요. 소금만 간한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이 일품이고, 가니쉬로 나오는 파로파(만디오카 가루를 볶은 것)나 빈즈, 바나나 튀김도 꼭 같이 드셔보세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아카이볼이나 코코넛 워터, 브라질식 치즈빵 ‘파웅 지 케이조’ 같은 간식들도 놓치지 마시고요.

 

리우는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면, ‘에너지’의 밀도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럽의 고즈넉함이나 동남아의 여유로움과는 또 다른,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만의 박자가 있어요. 마치 배경 음악처럼 삼바가 흐르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삶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되는 도시랄까요.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풀어지고, 스스로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리우를 진짜로 느끼려면,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세우지 말고 하루쯤은 그냥 걷고, 쉬고, 느끼는 데 써보세요. 해변에서 사람들 구경만 해도 좋고, 언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내도 좋고요. 여행지로서의 리우는 물론이고, ‘살고 있는 도시’로서의 리우까지 엿보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 비로소 이 도시가 주는 깊이를 제대로 느끼게 될 거예요.

 

리우는 보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도시예요. 처음엔 화려함과 활기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는 역사와 예술, 그리고 삶의 굴곡이 녹아 있어요. 그래서 리우는 단순히 카니발과 해변으로 기억되기엔 아쉬운 곳이에요. 여행지로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도시 중 하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랍니다.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나도 후회 없을 만큼, 리우는 늘 준비되어 있어요. 햇살, 음악, 바다,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