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크는 뉴욕의 어원이 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뉴욕이라는 이름 자체가 새로운(New) 요크(York)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뉴욕을 정복할 당시 제임스 2세가 당시에는 요크 공작이었기 때문에 이런 어원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그래서 가끔 농담 삼아 그때를 이야기하기도 한다죠. 으리으리한 대성당과 남아 있는 탑 하나만으로도 온전했을 때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는 성채를 보여주는 올드요크는 13세기의 뉴욕이라는 드립 칠 수 있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는 이름이네요.
한편으로는 시내 상점에서 뉴욕의 'I ♡ NY' 티셔츠를 팔기도 하며, 아예 시 관광 슬로건이 love York라니 블랙 유머 감각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요크는 중세의 매력과 기이한 유머가 함께하는 도시로 함께 가보실까요?
다채로운 요크
영국 북부에 자리한 요크(York)는,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에요.
런던이나 맨체스터처럼 도시의 소음이나 현대적인 빌딩이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아니라, 돌길 사이로 오랜 시간이 스며든 듯한 골목들이 천천히 몸을 감싸는 그런 도시예요. 무심한 듯 지나가는 바람도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럽고, 가게 간판 하나하나조차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정겹게 느껴져요. 요크를 여행하는 건,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도시는 잉글랜드에서도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 중 하나예요. 로마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이 넘는 시간을 품고 있죠. 요크는 한때 로마 제국의 북부 주둔지였고, 이후에는 바이킹의 수도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크 시내를 걷다 보면, 곳곳에 로마식 성벽 흔적이나 바이킹 유적들이 살아 있어요. 요크 민스터(York Minster) 같은 대성당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수세기 동안 이 도시를 지탱해 온 정신적인 중심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건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낮아지고 마음도 차분해져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비치는 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어요.
요크의 날씨는 솔직히 자주 흐리고 비가 와요.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겠지만, 요크는 그런 잿빛 하늘과 습한 공기조차도 도시의 분위기와 이상하게 잘 어울려요. 맑은 날엔 돌담에 햇살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예쁘고, 흐린 날에는 그만의 고요함과 운치가 또 있거든요. 비가 오는 날에는 따뜻한 카페에 앉아 유리창 밖으로 물기를 머금은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좋은 순간이 될 수 있어요. 이곳은 느린 시간 속에서 머무는 법을 가르쳐 주는 도시니까요.
걷다 보면 셔플즈(The Shambles)라는 곳을 만나게 돼요.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삐뚤빼뚤한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인데요, 옛날에는 이곳이 고기 시장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귀여운 기념품 가게나 카페, 디저트숍들이 들어서서 여행자들로 북적거리지만, 그 역사적인 골조와 분위기는 그대로 살아 있어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다이애건 앨리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서, 해리포터 팬이라면 꼭 한번 걸어보셔야 해요. 특히 저녁 무렵 조명이 들어왔을 때 그 풍경은 마법처럼 반짝여요.
요크에는 박물관도 정말 많아요. 특히 ‘오르빅 바이킹 센터(Jorvik Viking Centre)’는 어린이 동반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많은 곳인데요, 이곳에선 실제 바이킹 마을을 재현해 놓은 전시를 통해 당시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요. 모형 인형이 움직이기도 하고, 당시의 음식 냄새나 소리까지 구현돼 있어서 마치 바이킹 시대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에요. 그 밖에도 요크 캐슬 박물관은 시간 여행처럼 각 시대의 생활상을 테마로 전시해 놓은 곳이에요. 빅토리아 시대의 거리,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의 주택 등, 시대별로 방이 꾸며져 있어서 너무 흥미롭답니다.
혹시 고요한 풍경을 좋아하신다면, 요크 시내를 감싸고 있는 성벽 위 산책로를 걸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이 성벽은 잉글랜드에 남아 있는 중세 도시 성벽 중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예요. 높지 않아서 오르기 부담도 없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요크 시내의 풍경은 꼭 동화책 삽화 같아요. 아침 일찍 안개가 낀 시간대에 걸으면, 그 분위기가 정말 영화 같고요. 도심을 걷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감성이 있으니, 요크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느끼게 될 거예요.
먹거리도 빠질 수 없죠. 요크는 티룸 문화가 아주 발달해 있어요.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베티스 티룸(Bettys Tea Rooms)’인데, 이곳은 단순한 찻집이 아니라 요크에서의 하나의 명소예요. 클래식한 실내 인테리어, 정성스럽게 준비된 애프터눈 티 세트, 그리고 직원들의 세심한 서비스까지 모두 한 장면처럼 예쁘게 이어져요. 샌드위치와 스콘, 디저트까지 깔끔하고 맛있고요. 비 오는 날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차 한 잔과 함께 오후를 보내면, 정말 여행 잘 왔다 싶어 져요.
밤이 되면 요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이 도시는 ‘유령 투어(Ghost Tour)’로도 유명한데, 옛날부터 전해지는 유령 이야기나 전설들이 많은 탓이에요. 가이드가 이끄는 소규모 도보 투어인데, 진짜 무섭다기보단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등불을 들고 좁은 골목을 다니면서 옛날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정말 그 시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아이들과 함께해도 너무 무겁지 않아서 부담 없고요. 요크의 어두운 면을 살짝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사람들은 요크를 ‘작지만 꽉 찬 도시’라고 말하곤 해요. 그 말이 왜 맞는지 몸소 느끼게 되실 거예요. 규모는 작지만 품고 있는 이야기는 깊고, 하루이틀로는 다 알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어요. 런던처럼 분주하지도, 에든버러처럼 언덕이 많지도 않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요크는 아주 묵직하고 단단하게 자기만의 색을 지키고 있는 도시예요. 그래서 오히려 처음 와본 분들조차도 오래 머문 사람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나 봐요.
요크는 누군가에게는 역사 공부의 무대이고, 누군가에게는 로맨틱한 도보 여행지이며, 또 누군가에겐 혼자만의 조용한 성찰을 위한 공간이기도 해요. 어떤 이유로든 이 도시에 발을 들이게 된다면, 요크는 분명히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거예요. 그리고 그 목소리는 아주 작고 조용해서, 오직 천천히 걷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요크에 간다면,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천천히, 눈을 맞추며 걸어보세요. 그 안에서 정말 소중한 여행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