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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고장 요하네스버그

by ranisamo8 2025. 2. 25.

아름드리 나무가 만든 그늘과 차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의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의  일대는 원시유적이 다수 발견된 인류의 발상지입니다. 수많은 부족과 왕국의 흥하고 망하는 시간을 거듭했던 곳이며 본격적인 도시화의 시작은 금광이 발견되며 골드러시로 도시가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첫 광산은 시내에 위치한 스탠더드은행 내부에 그 모습이 전시되어 있을 정도이니 정말 비싸고 반짝이는 역사네요.

요하네스버그라는 이름의 유래라고 알려진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가진 보어인은 이 도시의 초기 역사에 연관되어 있음이 분명하지만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고 해요.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가장 유력한 주장은 트란스발 공화국에서 요하네스버그 일대의 금광 탐사를 위해 파견한 두 탐험가였던  요한 라식과 트란스발 출신의 크리스티안 요하너스 주베르(Christiaan Johannes Joubert)라는 것이고 실제로 이 둘은 도시 내 시설에 이름이 붙어있다니 신빙성이 있죠?

 

아파르트헤이트 시절부터 이미 남아공의 메인 대도시였던 요하네스버그는 만델라가 변호사가 된 이후 이곳에서 활동했고 한때 세계에서 알아주는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도시기도 했다고 하고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의 3 대장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전통적 광공업, 최근의 금융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발전해 있는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코카콜라를 비롯한 세계 유수 대기업은 물론 삼성과 LG도 글로벌 사업망 구축을 위한 해외 자회사를 요하네스버그에 두었습니다.

맥주의 고장 요하네스버그 

흔히 ‘조버그’ 또는 ‘조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 중심지이자 문화, 예술, 역사, 그리고 사람 냄새가 살아 있는 도시랍니다. 저도 처음엔 약간 긴장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이 가고, 나중에는 떠나기 싫어질 만큼 마음을 붙잡는 도시였어요.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약 1,700미터에 위치한 고지대 도시예요.

그래서 생각보다 덥지도 않고, 공기도 꽤 상쾌하게 느껴져요. 특히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도시의 복잡한 풍경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에요. 도시 곳곳에는 거대한 유칼립투스나 자카란다 나무가 줄지어 있고, 계절이 맞으면 보랏빛 꽃들이 거리를 물들이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영화 속 장면 같더라고요.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햇빛 아래 반짝이는 나무 사이로 현대적인 빌딩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요하네스버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면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은 꼭 들러보셔야 해요.

이 박물관은 남아공이 겪은 인종 차별의 역사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처음에는 좀 무거운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공간이거든요. 전시 하나하나가 감정을 자극하는데, 특히 넬슨 만델라와 관련된 전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이 도시를 단순한 관광지로 보기보다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도심의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Maboneng(마보넨) 지구’를 추천드려요.

이곳은 과거엔 버려진 산업 지대였는데, 지금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만든 문화 예술의 허브가 됐어요. 거리 곳곳엔 형형색색의 벽화가 가득하고, 작은 갤러리나 공방, 독립 서점, 그리고 현지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옷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어요. 주말에는 야외 마켓이 열려서 수공예품이나 독특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데, 저도 그때 먹은 바오반과 루이보스 아이스크림의 조합이 아직도 생각나요. 마보넨에서는 ‘현지인처럼 살아보기’가 정말 자연스럽게 가능하거든요. 가게 주인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 있고, 자기 나라에 대해 자랑스레 말하는 눈빛이 정말 따뜻해요.

 

그리고 의외로 요하네스버그는 자연과도 굉장히 가까운 도시예요.

'Lion & Safari Park'에서는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야생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데요, 맹수들이 차량 가까이까지 다가오는 그 생생한 느낌은 정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요. 사파리 투어를 하면서, 자연이라는 게 이렇게 거대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특히 해질 무렵,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멀리서 사자 실루엣이 비치던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 한 장면 같았어요. 도시에서 잠깐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시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요하네스버그의 일상도 꽤 인상적이에요.

현지인들은 아침 일찍부터 커피 한 잔 들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곤 해요. 길거리에선 작은 커피 트럭이 줄지어 있는데, 향긋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달달한 크로와상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 도시의 평범한 아침이에요. 특히 ‘Emmarentia Dam’이라는 공원은 현지인들의 휴식처로 정말 인기 있는 곳인데, 잔잔한 호수 주변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이 여유롭고 보기 좋아요. 가끔은 시민 오케스트라가 야외 공연을 하기도 해서, 뜻밖의 음악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답니다.

 

식문화도 빼놓을 수 없죠.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어서, 음식 또한 아주 다채로워요.

남아공 전통 바비큐인 ‘브라이(braai)’는 정말 꼭 한번 맛보셔야 해요. 불에 직접 구운 고기와 채소를 함께 나누며 식사하는 이 문화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소통의 장이기도 하거든요.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함께 브라이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가족처럼 둘러앉아 웃고 이야기하는 그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거기에 남아공산 와인까지 곁들이면 정말 완벽한 식사가 되죠.

 

요하네스버그는 마냥 화려한 도시도, 그렇다고 조용한 휴양지도 아니에요. 이곳은 모순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자,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희망이 함께 살아 있는 도시예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이곳의 거리와 사람들을 만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이 도시에 정들게 되실 거예요. 여행지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삶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도시—그게 바로 요하네스버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