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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숨은 보석 비스바덴

by ranisamo8 2025. 4. 3.

비스바덴의 아름다운 돔타워입니다

 

독일 헤센주에 위치한 비스바덴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스파 도시 중 하나입니다. 통칭 '북쪽에 있는 니스' 또는 '독일 속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부유한 계층과 백만장자가 만 명이 넘게 살고 있는 웰빙 부자 동네라고 합니다. 고급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고 제법 유서 깊은 카지노도 많고 돈을 수억들인 멋진 축제나 다양한 안건들을 해결하는 국제회의 등이 자주 열리고 있는 곳입니다.

 

단지 프랑크푸르트가 너무나 유명하고 알려져 있다 보니 상대 적으러 덜 알려진 느낌이 있는 아담한 동네입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와 가깝다 보니 덕분에 S-Bahn 광역전철을 타고 한 번에 올 수 있고 비스바덴 중앙역을 통해 철도가 인근 도시들로 연결되는 이점이 있죠.

병원 등의 의료 시설도 많고 백화점, 부티크 등 편의 시설도 많은 편이며, 유명하지 않고 작은 동네라서 전쟁 당시 폭격이 별로 없었던 덕분에 오래된 건물들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는 것도 관광에 좋은 점입니다.

유럽의 숨은 보석 비스바덴

독일의 작고 조용한 도시들 가운데, 마음을 유독 편안하게 해주는  라인강 근처에 자리 잡은 비스바덴(Wiesbaden)이라는 도시는요.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채 4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도착하자마자 “아, 여긴 좀 다르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만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요. 활기차고 바쁜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뿐인데, 마치 다른 시간대에 들어선 것처럼 고요하고 우아한 기운이 도는 곳이에요.

 

비스바덴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로마시대부터 이 지역은 ‘아쿠아 마티아키(Aquae Mattiacorum)’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온천지로 유명했죠. 도시 이름부터가 ‘들판의 목욕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지금도 시내 중심 곳곳에 온천수가 흐르는 분수들이 있고, 몇몇 장소에선 누구든 무료로 손을 담그거나 마실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답니다. 이곳에선 피부로도, 입으로도 온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고요.

 

특히 ‘카이저 프리드리히 온천(Kaiser-Friedrich-Therme)’은 비스바덴의 온천 문화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고대 로마식 목욕 문화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곳으로, 실내는 마치 고풍스러운 유럽식 궁전처럼 꾸며져 있어요. 천장은 아치형이고, 벽에는 모자이크 타일이 아름답게 이어져 있어서 목욕을 하면서도 눈이 즐겁죠.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도시의 바쁜 흐름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도시 자체는 크지 않지만, 걷는 재미가 참 많은 곳이에요. 중심부에 있는 빌헬름 거리(Wilhelmstraße)는 비스바덴의 대표적인 거리예요. 고급스러운 상점들과 카페가 늘어서 있고, 거리 양쪽엔 나무가 길게 뻗어 있어서 산책하기 정말 좋답니다. 이 거리 끝에는 쿠어하우스(Kurhaus)라는 아주 근사한 건물이 나오는데요, 여기엔 카지노와 콘서트홀이 함께 있어서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에요. 뒤쪽엔 쿠어파크(Kurpark)가 펼쳐져 있는데, 조용히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이들, 그리고 작은 연못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커플들까지, 도시의 여유로움이 온전히 담겨 있어요.

 

비스바덴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언덕 위에 자리한 네로베르크(Neroberg)로 가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오래된 톱니 기차, ‘네로베르크반(Nerobergbahn)’을 타고 오르면, 그 풍경이 정말 근사하거든요. 특히 날씨가 맑은 날엔 멀리 프랑크푸르트의 마천루까지 보이고요, 아래로는 라인강과 도시가 평화롭게 펼쳐져요. 꼭대기에는 비잔틴 양식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도 자리하고 있는데, 금빛 돔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요.

 

매주 열리는 시장에서는 지역에서 재배한 채소, 허브, 치즈, 생선, 빵 등 다양한 식료품들을 만날 수 있어요. 비스바덴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라서, 이런 시장들이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오가는 생활 속 커뮤니티 같아요. 현지인들이 정겨운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오랜 단골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 풍경은 참 보기 좋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비스바덴이 행정 도시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헤센(Hessen) 주의 주도(州都)인 이곳은 법원, 정부 기관들이 많고, 그런 만큼 도시가 정제된 느낌이에요. 지나치게 현대적이지도 않고, 또 너무 예스러운 고도도 아니라서, 적당히 세련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어요. 독일 도시들 중에서 이렇게 '유럽적인 기품'을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곳은 흔치 않아요.

 

비스바덴의 또 다른 장점은 날씨예요. 독일 안에서도 기후가 온화한 편에 속해서, 다른 도시보다 겨울이 비교적 덜 춥고, 여름도 너무 덥지 않아요. 사계절이 뚜렷하되 날씨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언제 가더라도 큰 부담 없이 산책하거나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어요. 봄이 되면 벚꽃과 튤립이 피어나고, 여름엔 야외 공연과 거리 페스티벌이 많아져요. 가을이면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겨울엔 크리스마스 마켓이 작지만 정겹게 열려요. 특히 도심 광장 한복판에 따뜻한 와인 냄새가 퍼지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선 모습을 보면, 잠깐이라도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요.

 

조금 특이한 점은, 비스바덴이 와인으로도 유명하다는 거예요.

바로 옆 도시인 라인가우(Rheingau) 지역이 독일 와인의 핵심 생산지다 보니, 여기서도 품질 좋은 리슬링(Riesling) 와인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요. 여름철이면 와인 페스티벌도 열리는데, 지역 와이너리에서 직접 부스를 차려서 와인을 선보이고, 거리마다 작은 콘서트와 먹거리들이 이어져요.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말 현지적인 축제예요.

 

거리에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좋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밖만 바라보게 되는 그런 분위기예요. 프랑크푸르트처럼 국제적인 도시도 아니고, 베를린처럼 대담한 문화 실험이 가득한 곳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혹은 조용히 사색하고 싶은 날엔 이런 도시가 딱이에요.

 

비스바덴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는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한번 생각나고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도시 전체에 배어 있는 차분함과 품격,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까지. 그것이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아닐까 싶어요. 잠시라도 그곳의 거리와 풍경, 공기와 대화를 함께 나누다 보면, 여행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을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비스바덴은 느리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절대 심심하지 않은, 그런 여행지. 언젠가 마음이 지쳤을 때, 혹은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찾으면 참 좋은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