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주의 수도인 내슈빌은 '음악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풍부한 음악 문화, 다채로운 축제, 그리고 독특한 음식으로 가득한 이 도시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내슈빌(Nashville)은 미국 남부 테네시(Tennessee) 주의 심장 같은 도시인데요, 처음 이 도시에 발을 디뎠을 때의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뜻함과 리듬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하고 싶어요. 말 그대로 공기 속에 음악이 흐르고, 거리마다 흥얼거림이 묻어 있는 도시예요.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와 낡지만 멋진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께도 참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무엇보다 내슈빌은 "Music City"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트리 음악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도시의 음악은 단지 컨트리에 국한되지 않아요. 재즈, 록, 블루스, 포크, 심지어 힙합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문화적인 용광로예요.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기타를 튕기고 있고, 바에서는 언제나 누군가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고 있고, 그게 늘 당연한 풍경처럼 느껴져요.
음악과 맛의 도시 내슈빌
이 도시를 이야기할 때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컨트리 음악의 심장부 같은 공연장이자 방송 무대인데요, 이곳에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전설적인 가수들이 데뷔하고 공연했죠. 공연을 보러 간다면, 단지 음악만 듣고 오는 게 아니라 이 도시의 문화와 전통, 사람들의 자부심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분위기가 굉장히 포근하고 진심이 가득해서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아요.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음악을 느끼고 싶다면 다운타운에 있는 브로드웨이(Broadway)를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곳은 내슈빌의 심장이 뛰는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네온사인이 가득한 바와 라이브 공연장, 버스킹과 카우보이 부츠 가게들이 뒤섞여 있는데, 그 혼란스러움조차도 이 도시만의 매력이에요. 음악이 그냥 배경음악이 아니라, 이 도시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감싸고 있다는 게 실감 나요.
날씨는 남부답게 비교적 온화한 편이에요. 여름은 덥고 습할 때가 많지만, 실내 공연장이 워낙 많고 실외에서도 그늘이 많아서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겨울에는 눈이 자주 오진 않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도 있어서 따뜻한 옷은 챙겨 오시는 게 좋겠고요. 개인적으로는 봄과 가을이 참 예뻐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공원도 많고, 단풍이 들어 붉게 물든 언덕을 드라이브하면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 같거든요.
내슈빌은 음악뿐만 아니라 미식의 도시이기도 해요.
미국 남부 특유의 소울푸드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아요. 핫치킨(Hot Chicken)이라는 매콤한 프라이드치킨이 대표적인 음식인데요, 바삭하게 튀긴 닭 위에 강렬한 매운 소스를 얹은 음식인데, 처음 먹어보면 생각보다 화끈해서 놀랄 수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손이 가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이 외에도 바비큐 플레이트, 콘브레드, 맥엔치즈 등 다양한 음식들이 남부 스타일로 준비돼 있어서 맛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이 즐겨 가는 작은 식당에서 먹는 가정식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따뜻하게 기억에 남을 거예요.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굉장히 여유롭고 친근해요. 대도시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이 느긋하고 정이 넘쳐요. 누군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길을 물어보면 꼭 길 끝까지 따라가면서 알려주려고 할 정도로 정이 많아요. 그런 따뜻한 태도 덕분에 낯선 도시인데도 금세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느낌이 들죠.
현지인들의 삶도 음악처럼 흘러요. 일과를 마친 뒤 작은 공연장이나 펍에 들러 친구들과 한두 잔 나누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고…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뮤직비디오 같달까요. 이런 분위기는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점이기도 해요. 뉴욕이나 LA처럼 화려한 외형은 없지만, 사람 사는 정겨움과 삶의 리듬이 느껴지는 도시라는 게 내슈빌의 큰 매력이죠.
그리고 내슈빌에는 크고 작은 문화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어요.
컨트리 뮤직 명예의 전당(Country Music Hall of Fame)은 꼭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에요. 그냥 박물관이 아니라, 컨트리 음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담아낸 음악 역사서 같아요. 전시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장르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절절하게 느껴져요.
벨 미드 플랜테이션(Belle Meade Plantation) 같은 유서 깊은 유산지도 흥미로운 체험이 될 수 있어요.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남부 역사와 농장 문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가이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설명을 듣다 보면, 한편으론 이 도시가 가진 무거운 역사도 함께 마주하게 돼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현재의 가치로 끌어오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고요.
자연을 좋아하신다면 내슈빌 외곽에 있는 레드 트레일(Red Trail)이나 라돈 호수(Lake Radnor) 같은 곳에서 하이킹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참 좋아요. 가벼운 산책로부터 꽤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걷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죠. 계절 따라 바뀌는 나무와 들꽃들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도시의 음악적 분위기와는 또 다른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내슈빌은 ‘여행지’이기보다는 ‘머물고 싶은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요. 이곳은 특별한 관광지를 한 바퀴 도는 재미보다는, 골목골목 숨어 있는 가게를 들여다보고,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낯선 사람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커요.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공연 무대 같아요. 누구나 잠시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음악을 통해 감정을 나누며, 낯선 이를 친구로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이곳엔 정말 많아요. 여행지로서의 내슈빌은 절대 요란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돼요. 아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아, 내슈빌은 다시 가고 싶은 도시구나.”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여유와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내슈빌은 분명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거예요. 그 따뜻하고 리드미컬한 도시가, 당신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