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 도시는 말 그대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영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로마는, 수천 년에 걸친 역사와 전통이 넘쳐나는 곳으로, 현대와 고대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로마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가장 큰 감동은, 이곳이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로마의 거리마다, 건축물마다, 심지어 음식 한 입, 커피 한 모금에도 그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로마,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묵직한 울림이 있지 않나요? 단순히 ‘고대 도시’라는 이미지 이상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름이에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 도시는 수천 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로마는 역사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이고, 동시에 일상의 온기가 살아 있는, 따뜻한 사람들의 도시입니다.
로마에 처음 도착하면 눈에 들어오는 건 도시 전체에 녹아 있는 ‘시간’이에요. 건축물 하나하나, 도로 하나에도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마치 현대와 고대가 동시에 숨 쉬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버스 옆에 고대 로마 유적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유행하는 브랜드가 들어선 쇼핑 거리 사이로 2천 년 된 기둥이 조용히 서 있는 거예요. 로마는 그런 도시예요. 시간이 겹쳐져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고 있죠.
제국의 수도 로마
로마의 날씨는 대체로 온화한 편이에요.
봄과 가을은 특히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고, 햇살이 부드럽고 하늘도 맑아서 도시 곳곳을 걷기 참 좋습니다. 4월쯤이면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물들고, 거리 곳곳에는 작고 향긋한 꽃들이 피어나요. 여름은 제법 덥고 건조한데, 로마 사람들은 낮 시간 동안은 그늘 아래 쉬고, 해가 진 저녁부터 활기를 찾는 편이에요. 겨울은 그렇게 춥진 않지만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이 많긴 해요. 그래도 비 오는 콜로세움 근처는 또 다른 분위기를 주거든요. 바닥에 비친 유적의 반영이 참 묘하게 감성적이기도 하고요.
이 도시의 상징 중 하나는 역시 콜로세움이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어요. 2천 년 전, 이 거대한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싸우고,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는 걸 상상해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콜로세움 근처에는 포로 로마노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의 중심지가 있는데, 이곳을 걸어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도시를 그 오래전에 만들었을까 하는 경이로움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티칸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톨릭의 중심지인데, 이곳엔 인간의 창의성과 신앙이 만난 진짜 걸작들이 있어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웅장함도 놀랍지만, 미켈란젤로가 직접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그 앞에 조용히 서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젖혀지고, 눈은 커지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감각에 빠져들게 돼요.
로마를 걷다 보면 늘 등장하는 게 ‘분수’ 예요. 트레비 분수는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분수들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어요. 트레비 분수에서는 동전을 던지는 게 하나의 전통처럼 되어 있는데, 분수에 등을 돌리고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너머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된다는 말이 있죠.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그 믿음을 따라 이곳에서 소원을 빌고, 다시 로마로 돌아오곤 해요.
이 도시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일상이 굉장히 ‘이탈리아 답다’는 점이에요.
로마 사람들은 하루를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시작해요. 서서 바에서 빠르게 커피를 마시고 일터로 향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에요. 점심에는 간단한 파니니나 피자 한 조각으로 요기하고, 저녁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긴 시간 식사를 즐깁니다. 로마에선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중요한 시간이거든요. 작은 트라토리아나 오스트리아에 앉아 와인 한 잔과 함께 파스타를 즐기다 보면, 이 도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돼요.
대표적인 시장인 캄포 데 피오리는 아침 일찍부터 열리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향신료, 올리브유, 치즈 같은 이탈리아의 맛이 가득해요. 현지인들이 시장 상인과 주고받는 인사와 농담 속에는 로마의 살아 있는 온기가 묻어납니다.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런 장소들이야말로 로마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체험해 볼 만한 것들로는 쿠킹 클래스도 있어요.
현지 이탈리아 셰프와 함께 파스타 반죽을 직접 하고, 소스도 만들어 보는 수업은 꽤 인기가 많아요.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저녁을 즐기고, 이탈리아 가정의 식탁처럼 함께 웃으며 대화 나누는 경험은 꽤 특별하답니다.
로마는 여유로움과 복잡함이 동시에 있는 도시예요. 종종 교통체증도 심하고, 이탈리아 특유의 느릿한 행정이나 무심한 대응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불편조차도 나중엔 “그래, 로마 다웠어”라고 추억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이 도시의 골목은 정말 특별해요. 지도 없이 걸어도 어디선가 매혹적인 광장이나 오래된 성당을 만나게 되고, 벽 하나, 창 하나에도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멋이 느껴집니다.
다른 유럽 도시들과 비교하자면, 로마는 ‘완성된 박물관’ 같기보단 ‘살아 있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에요. 파리는 정제된 예술의 도시라면, 로마는 조금 투박하지만 더 인간적인 감성과 유머가 담긴 도시죠. 모든 것이 너무 잘 다듬어져 있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존재하면서도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요.
결국 로마는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니라, ‘다녀오면 마음에 오래 남는 곳’이에요. 단순히 여행지가 아니라, 문득문득 생각나는 골목, 햇살, 커피 향기 같은 감정으로 기억되는 곳.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돌아오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몰라요.
로마에선 굳이 계획을 빽빽하게 세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냥 걷고, 멈추고, 바라보고, 마시고, 듣고, 그런 천천한 리듬으로 이 도시를 만나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로마가 당신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고 아마도... 다시 오게 되실 겁니다. 분수에 던진 동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