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중세에는 칸티푸르라 불렸던 이 도시의 건설 자체는 대략 8-9세기 정도로 추정합니다.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중심지로서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말라 왕조가 통치 중이었던 15세기 때부터였는데
18세기의 후반에 말라 왕조의 뒤를 이은 구르카 왕조가 이곳을 수도로 정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네팔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려왔습니다.
분지 중앙 도시 카트만두
카트만두(Kathmandu)를 처음 마주하면, 어딘가 어수선하고 복잡한 듯한 분위기에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그 속에 숨은 삶의 결, 오래된 이야기들, 그리고 고요하게 이어져 온 전통에서 시작됩니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는 해발 약 1,400미터의 분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이 멀지 않은 거리에 펼쳐져 있어요. 그런데도 이곳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설산과 고요한 명상'보다는, 사람 사는 냄새가 더 진하게 배어 있는 곳입니다.
카트만두는 단순한 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사실은 도시를 포함한 넓은 계곡 지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카트만두 밸리(Kathmandu Valley)라고 부르는 이 지역 안에는 바크타푸르(Bhaktapur), 파탄(Patan) 같은 고대 도시들이 함께 있어요.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서, 마치 시간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카트만두는 정형화된 도시와는 달리, 거대한 미로 같은 느낌이 강해서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원, 오토바이 소리와 향 냄새가 뒤섞인 거리를 걸으며 이 도시는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만나보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에요.
가장 중심이 되는 곳 중 하나는 ‘타멜(Thamel)’이라는 지역입니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먹고 자고 구경하고 쇼핑하고—모든 걸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에요. 그런데 타멜은 단순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여행자와 현지인,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에요. 골목골목 이어진 작은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나 만다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모습을 만나게 되죠.
카트만두의 거리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일상 예술관’ 같아요.
거리 곳곳에 조각처럼 세워진 작은 신상들, 벽화, 창문틀에 정성스럽게 새겨진 나무 장식들까지도 그저 장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믿음의 흔적이에요.
이 도시를 이해하려면, 종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카트만두는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고 섞여 있는 곳입니다. 한 사원 안에서도 힌두 신상과 불상, 그리고 그 두 문화를 융합한 독특한 형태를 동시에 볼 수 있죠. 대표적으로 ‘스와얌부나트(Stupa of Swayambhunath)’라고도 불리는 몽키 템플(Monkey Temple)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카트만두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입니다. 여기에는 정말로 원숭이들이 살고 있어서 이름이 붙었는데, 이곳에서 보는 석양은 여행자들에게 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요.
또 하나의 명소인 ‘보우다 나트(Boudhanath)’는 불교 사원인데요,
히말라야 티베트 불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어요. 거대한 눈 모양이 그려진 스투파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을 따라 사람들이 기도하며 돌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어요.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신앙과 명상이 살아 있는 현장이죠. 현지인들과 함께 그 둘레를 천천히 걷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도시의 외관은 굉장히 정돈되지 않았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어요.
도로는 항상 교통체증이 심하고, 공기 중에는 먼지가 많이 떠다니죠.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카트만두만의 생활 방식이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도시의 저력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이 되면 거리마다 작은 불단 앞에서 향을 피우는 사람들, 노점에서 모모(티베트식 만두)를 쪄내는 장면, 텀블러에 차이(밀크티)를 담아 출근길에 나서는 이들, 이 모든 것이 카트만두의 하루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꼭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경험해보셨으면 해요.
앞서 언급한 모모는 채소나 고기를 소로 넣고 찐만두인데, 네팔식 매운 소스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별미예요. 또 ‘달 바트(Dal Bhat)’라고 하는 전통 정식이 있는데, 렌틸콩 수프와 밥, 채소 카레, 피클, 그리고 고기 요리가 한 접시에 나와서 네팔 사람들의 주식처럼 여겨지는 음식이에요.
시장에 가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산(Ason) 시장이나 인드라 초크(Indra Chowk)는 전통 향신료, 천, 종교용품 등을 파는 상점들로 북적이는데,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가격은 흥정이 기본이니, 상인과 몇 마디 말장난 섞으며 가격을 깎는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체험이 되기도 하죠.
카트만두는 또한 장인의 도시입니다.
나무 조각, 은세공, 탕카(티베트 불화), 손으로 짠 카펫 등 수공예품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파탄’ 지역은 예술의 도시로 불릴 만큼 전통 공예가 발달해 있어요. 이곳의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손에 묻은 흙을 털며 항아리를 굽고 있는 장인의 모습도 만나게 되고, 종교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예술가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리고 카트만두는 현대적인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요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립 카페나 갤러리, 북카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바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거든요. 유서 깊은 도시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활기찬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거죠.
낡고 요란해 보이는 이 장소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카트만두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온 문화와 정체성을 그대로 품은 채, 천천히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곳이랄까요. 도시가 불편하고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삶의 본질적인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사람입니다.
카트만두 사람들은 낯선 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말 한마디에 웃고, 작은 도움에도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함이 있어요. 여행자는 이곳에서 손님이면서도, 이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카트만두를 여행하실 때에는 하루쯤은 아무 계획 없이 도시를 흘러가듯 걷고, 찻집에 앉아 차이 한 잔을 마시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이 도시를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니까요.
카트만두는 완벽하거나 깔끔한 도시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안에는 수천 년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고, 지금도 조용히 쓰이고 있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히말라야로 가는 관문이자, 인생의 어느 갈림길에서 머물러볼 만한 곳—그게 바로 카트만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