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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아름다운 자연의 팡코르

by ranisamo8 2025. 3. 12.

팡코르의 아름다운 바다

 

말레이시아의 숨겨진 보석으로 불리는 팡코르는 현지인들의 휴양지라고도 불립니다.

루무트행 버스를 타고 약 5시간을 달려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하는 팡코르는 지역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곳이라 믿음이 갑니다.

팡코르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그리고 배에서도 현지인들 뿐이라 여행객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루치아노 파파로티가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이곳, 팡코르를 소개합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자연의 팡코르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보통은 쿠알라룸푸르의 반짝이는 고층 빌딩이나 페낭의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그 화려한 풍경 너머, 정말 조용하고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는 천국 같은 섬이 하나 있어요. 이름도 어쩐지 정감 가는 ‘팡코르(Pangkor)’예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이 섬은 말레이시아 서쪽 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그리 크지 않아서 하루나 이틀 정도면 충분히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볼거리가 적은 건 전혀 아니고요,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이 섬만의 매력이에요.

 

팡코르 섬은 말레이 반도 페락 주(PERAK)의 연안에 자리 잡고 있고, 룸루트(Lumut)라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요. 페낭이나 쿠알라룸푸르처럼 도시의 소음이나 붐비는 거리 없이,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조용하고 한적한 공기가 진짜 여행 왔구나 하는 실감을 줘요. 저는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 특유의 습하고 염분 가득한 공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뭔가 마음이 탁 놓이는 기분이랄까요?

 

이 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해변이에요. 수영장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 텔루구 닙(Teluk Nipah) 해변이나 코럴베이(Coral Bay) 같은 곳은 정말 그림 같아요. 물이 너무 맑아서 바다에 발을 담그면 모래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예요. 관광객이 적은 평일에는 해변 전체를 혼자 쓰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해서,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날씨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습한 편이에요. 1년 내내 평균 기온이 30도 안팎이라서 언제 가도 여름옷만 챙기면 돼요. 하지만 11월부터 2월 사이엔 우기가 있어서 비가 자주 오긴 해요. 다만 이 지역은 동해안보다는 비의 강도가 약하고 지속시간도 짧은 편이라, 갑작스럽게 한두 차례 스콜이 지나가면 금세 다시 햇살이 반짝이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해변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근처 작은 가게의 처마 밑에 서 있는데, 비 내리는 바다와 사람 없는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이 참 인상 깊었어요.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팡코르 마을은 생각보다 아주 조용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어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바닷가 근처에는 작은 건어물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멸치며 오징어며 갖가지 해산물을 말려서 팔고 있어요. 시장에 들러보면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관광지라고 무언가를 꾸며 놓은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랄까요.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오토바이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이었어요. 섬 전체를 차로 돌면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릴 만큼 작아요. 그래서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여유롭게 돌아보는 게 진짜 좋아요.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 중간중간 나타나는 작은 해변들, 그리고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보존된 정글 사이를 지나다 보면, 도심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의 냄새와 소리가 온몸으로 다가와요.

 

팡코르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문화예요. 이곳은 말레이, 중국, 인도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말레이시아답게 다양한 전통이 섞여 있어요. 섬 북쪽에는 푸린 콩 사원(Fu Lin Kong Temple)이라는 도교 사원이 있는데요, 여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정원이 정말 예쁘고, 뒤편 언덕에는 중국 만리장성 모형도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아요. 또, 파즈르 보그(도깨비 바위)라 불리는 곳은 전설에 얽힌 바위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풍겨요. 팡코르라는 섬이 단지 해변만 있는 휴양지라고 생각하기엔, 생각보다 다양한 면이 있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식이죠. 팡코르에서는 해산물이 진짜 맛있어요. 특히 그릴에 구운 오징어나 새우 요리는 정말 손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작은 식당에 들어가도 흔히 말하는 ‘현지 스타일’의 요리를 접할 수 있고, 중국식 요리와 말레이식 카레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저는 특히 ‘나시 레막’과 ‘시푸드 찹펀’이 기억에 남아요. 향신료가 적당하게 들어간 고소한 맛이, 여행 중의 허기진 배를 딱 만족시켜 주더라고요.

 

이 섬이 다른 관광지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람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인공적인 느낌보다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어우러져 있어서, 잠깐 여행을 왔다기보다는 마치 한동안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런 감정은 요즘 여행지에서는 찾기 힘든 소중한 요소 같아요.

 

누군가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이틀 여유를 갖고 쉬어갈 만한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는 주저 없이 팡코르를 추천하고 싶어요. 과하지 않은 편안함, 사람들의 정겨운 인사,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옥빛 바다의 평온함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조용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나 좋은 곳. 그런 섬이 팡코르예요.

언젠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계획 없이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싶을 때, 팡코르에 다녀오시면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