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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하얼빈 그 곳에도 축제는 있다

by ranisamo8 2025. 3. 15.

하얼빈 역

 

1909년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가 있었던 곳,

 

이 한과 울분이 섞인 잊을 수없는 도시인 하얼빈에도 봄은 찾아와 관광을 위해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얼빈은 중국의 북쪽 끝자락,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예요. 중국이라고 하면 흔히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복잡하고 분주한 대도시를 떠올리게 되는데, 하얼빈은 그런 이미지와는 좀 달라요. 이곳은 마치 겨울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고풍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중국 특유의 따스함이 스며들어 있는 아주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에요. 저는 하얼빈을 처음 찾았을 때,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신선하고도 낯선 감정을 느꼈어요.

잊을 수 없는 하얼빈

하얼빈의 겨울은 정말 유명하죠. 도시 전체가 눈으로 덮이고, 숨을 쉬면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그 풍경이 참 인상적이에요. 11월 후반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마치 얼음 속 세상에서 살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특히 1월과 2월, 이곳의 기온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추운 날씨 덕분에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분명해져요.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하얼빈 빙설제(哈爾濱冰雪節, Harbin Ice and Snow Festival)’ 때문이죠. 이 축제는 그야말로 예술이에요. 얼음으로 만든 궁전과 성당, 거대한 동물 조각들, 수십 미터 높이의 빛나는 조형물들이 저녁이 되면 형형색색의 조명에 반짝이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줘요. 손끝이 얼어붙는 줄도 모르고 그 환상적인 풍경 속을 걷다 보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돼요.

 

하지만 하얼빈은 겨울뿐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건축, 사람들의 일상도 참 매력적이에요. 한때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영향을 받았던 도시답게 거리 곳곳에서는 유럽식 건물이 많이 보여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물이 바로 ‘성 소피아 성당’이에요. 붉은 벽돌에 녹색 돔을 얹은 그 건물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지만, 당시 러시아 정교회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그 앞 광장에서 사람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눈 덮인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정말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거리 곳곳에 있는 러시아풍 카페나 빵집,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러시아 과자나 통조림도 이 도시의 독특한 정체성을 느끼게 해 주죠.

 

하얼빈을 걷다 보면, 무겁게 쌓인 눈과 얼음 사이로 사람들의 따뜻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와요.

시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밤이나 당면이 들어간 꼬치, 그리고 이 지역 특산인 ‘훠궈’를 파는 가게들이 많아요. 특히 얼음 위에 꿀이나 설탕을 녹여 굳혀서 만든 ‘탕후루’ 같은 길거리 간식은 추운 날씨에 먹으면 더 달콤하게 느껴져요.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할머니들이 솜옷을 입고 장작을 지피며 호호 불을 불며 굽는 군만두도 있는데요, 바삭한 겉과 뜨거운 속을 한 입 베어 물면, 겨울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곳 사람들은 꽤 단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겨울의 추위에 단련된 듯, 어깨를 곧게 펴고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외지인에게도 꽤 친절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추우니까 장갑은 끼고 다녀요" 하고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정이 느껴졌어요. 특히 조식 메뉴로 흔히 먹는 따뜻한 두유와 기름에 튀긴 바삭한 ‘요우티아오’를 먹으며, 이곳 사람들처럼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하얼빈에는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장소가 많아요.

예를 들면 ‘하얼빈 음악당’은 클래식 음악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데, 특히 겨울철에 맞춰 열리는 실내 공연은 여행 중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 정말 좋아요. 만약 눈과 얼음의 예술이 조금 벅차게 느껴진다면, 이런 공간에서 한숨 돌리고 감상에 잠겨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장소는 하얼빈 유대교 회당 박물관인데요, 이 도시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품고 있었다는 증거처럼, 과거 유대인 공동체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박물관 안은 조용하고 묵직해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도시의 과거를 들여다보기에 참 좋은 공간이에요.

 

그리고 조금 더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태양섬 공원’이라는 커다란 공원이 있어요.

겨울에는 스노보드나 얼음썰매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고, 여름에는 넓은 초원과 호수에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 특히 겨울철에 공원 곳곳에서 펼쳐지는 빙설 조각 전시나 얼음 미끄럼틀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에요. 사실 이곳에 가만히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만 있어도, 도시의 소란과는 좀 다른 느긋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요.

 

하얼빈은 단순히 한 계절에만 머무는 여행지가 아니에요.

추위 속에서도 유쾌하게 웃고,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거리, 그리고 그 안에서 하나하나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풍경들이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어떤 곳들은 한번 다녀오면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기도 하는데, 하얼빈은 왠지 잊히지 않아요. 그 차가움 속 따뜻함이 오래 남는 느낌이랄까요.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이 도시는 늘 그 나름의 매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눈이 천천히 내리는 하얼빈의 거리, 빛나는 얼음 조형물들 사이를 걷는 순간들, 그리고 생소하지만 따뜻했던 사람들의 인사말… 그 모든 것이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