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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도시 볼티모어

by ranisamo8 2025. 3. 28.

바다와 가까운 볼티모어의 아름다운 건출물과 전경입니다

 

메릴랜드 주의 최대 도시인 볼티모어는  '매력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풍부한 역사, 다채로운 문화, 그리고 독특한 음식으로 가득한 이 도시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에요.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의 항구 도시, 볼티모어(Baltimore)는 겉으로 보기엔 조금 거칠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주 따뜻하고 예술적이며 진심이 묻어나는 도시예요. 뉴욕이나 워싱턴처럼 첫인상이 강렬하진 않지만, 하루 이틀 이곳에서 보내다 보면, 괜히 정이 가고 자꾸만 마음 한구석에 남는 그런 도시랄까요.

항구의 도시 볼티모어

볼티모어는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항구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왔어요.

어쩌면 이 도시의 분위기와 기질은 바다에서부터 온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요. 바다는 언제나 솔직하고 거침없고, 때로는 너그러우니까요. 실제로 항구를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도 중심지 역할을 하는 ‘이너 하버(Inner Harbor)’ 근처에는 많은 역사적인 흔적들과 현대적인 시설들이 공존하고 있어요.

 

이너 하버는 단순히 바닷가가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든 공공의 공간이에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현지인들이 반려견과 함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주말에는 버스킹과 소규모 플리마켓도 열리곤 해요. 바닷가 옆으로는 국립수족관(National Aquarium)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해양 전시관이 있어요. 이곳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볼티모어 시민들에게는 마치 자랑거리 같은 공간이에요. 수천 종의 해양 생물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는 공간이에요.

 

볼티모어의 날씨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에요. 봄과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벚꽃이나 단풍이 피고 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져요. 여름은 덥고 습한 편이라 실외활동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대신 이너 하버 근처에서 크랩케이크(crab cake)를 한 입 베어 물면, 여름 더위쯤은 금세 잊게 돼요. 겨울은 눈이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바닷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가 꽤 낮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겨울날에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따뜻한 수프 가게에서 클램 차우더나 오이스터 스튜 같은 메뉴를 시켜 먹는 것도 참 좋아요.

 

볼티모어 하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해산물이죠.

특히 체사피크 만(Chesapeake Bay)에서 잡히는 블루 크랩은 이 지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블루 크랩을 찜통에 쪄서 향긋한 올드 베이 시즈닝(Old Bay Seasoning)을 듬뿍 뿌려 먹는 문화는 이 도시만의 고유한 식문화예요. 크랩을 손으로 일일이 까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도시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유명한 시푸드 마켓이나 노포 레스토랑에서는 요리사들이 직접 크랩을 손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그 장면들을 지켜보다 보면 이 도시의 오래된 식문화와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엿보게 돼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볼티모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이 도시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예술 수도’라고 불릴 만큼 독립 예술 문화가 활발한 도시거든요. 마운트 버논(Mount Vernon) 지역에 가면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거리에 미술관, 클래식 공연장, 독립 서점들이 포진해 있어요. 특히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데다가,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르네상스 회화, 중세 보석 장식품까지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서 아주 추천하고 싶어요.

 

볼티모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공포소설 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고향이기도 해요. 포가 머물렀던 생가나 그의 묘지를 방문하면, 도시 전체가 예술과 문학의 공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를 기리는 공간들은 굉장히 소박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도시의 분위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벽화예요. 볼티모어는 ‘Mural City’라고 불릴 정도로 길거리 예술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곳이에요. 특히 스테이션 노스(Station North) 예술 지구는 건물 벽면마다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걷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줘요. 그냥 걷기만 해도, 예술 전시장을 거니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모습은 뉴욕의 브루클린과도 조금 비슷하지만, 더 따뜻하고 덜 상업적인 느낌이에요.

 

현지인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소박하고 조용해요. 대도시 특유의 분주함보다는,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와요.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마천루가 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과거와 현재가 이 도시에 자연스럽게 겹쳐져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여행자로서 잠시 머물다가도, 마치 어릴 적 동네 골목을 다시 찾은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볼티모어는 문화와 인종이 굉장히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는 도시예요.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어 맛있는 음식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포용하는 태도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여행자가 이질감을 느낄 일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반갑게 맞아주는 분위기랄까요.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들도 이런 다양성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라틴 커뮤니티의 거리 퍼레이드,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 행사는 물론, 아시아계 주민들이 주최하는 행사들도 점점 늘고 있어요.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해요. 드루이드 힐 파크(Druid Hill Park) 같은 곳은 볼티모어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중 하나인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람쥐와 청설모,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들의 향연에 빠져들게 돼요. 조용히 책 읽기 좋은 벤치도 많고, 도시 속에서 숨을 고르기에 딱 좋은 공간이에요. 조금 더 멀리 나가면 체사피크만을 따라 자연보호구역이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철새 관찰이나 카약 같은 생태 체험도 가능하답니다.

 

이렇게 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도시 볼티모어는, 자극적인 관광지보다는 도시 그 자체의 결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참 잘 어울리는 여행지예요. 정돈되고 세련된 모습보다는, 삶의 자국과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거리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만들고 있거든요.

돌아서는 순간, 볼티모어는 무심한 듯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요. "괜찮았지?" 하고요. 그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거죠. "응, 생각보다 많이 좋았어." 하고요. 꼭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도시예요.

 

지금 누군가 새로운 도시를 느긋하게 여행해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겠어요.

볼티모어는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그런 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