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는 총 70km 정도의 해변이 늘어져 있는 호주 최고의 해변입니다. 놀라운 것은 작은 해변 여러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 쭉 이어져 있다는 것이죠.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의 스케일이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시각을 점령하고 그 엄청난 크기의 해변에서 바다 수영과 서핑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지역 이름이 독특해서 이름만 들으면 유럽이나 동남아 등지의 흔한 유명 휴양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면 해변의 규모 자체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특정 공간에 사람이 몰려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 더욱 매력을 더하는 장소지요.
해변의 도시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Gold Coast)는 이름부터가 참 반짝이죠. 햇살을 닮은 도시, 서핑보드 위에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이는 해변,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누가 봐도 “여긴 그냥 휴양지네” 싶지만, 막상 직접 가보면 그 이상의 매력을 담고 있는 곳이에요. 겉으로는 화려하고 밝은 도시지만, 안으로는 꽤나 다양한 얼굴을 품고 있는 도시라고 말할 수 있어요. 호주의 대표적인 해변 도시이자 퀸즐랜드 주의 자랑, 골드코스트를 여행하듯 함께 걸어볼까요?
이 도시는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어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창밖 풍경이 점점 더 푸르고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하늘이 더 파래지고 바람이 더 따뜻해져요.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역시 바다예요. 골드코스트는 무려 70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해변이 이어져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죠. 이름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인데요, 실제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파도가 길게 밀려오고, 백사장이 부드럽게 이어지니 서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 이래서 여기는구나” 싶을 거예요.
골드코스트는 그냥 해변 도시로만 여겨지기 쉬운데, 사실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다채롭게 구성된 도시예요. 고층 건물들이 해변 가까이 줄지어 있어서 마치 호주판 마이애미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한 블록만 들어가면 또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넓게 뻗은 쇼핑 거리,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걸음걸이에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실내보다는 야외에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기후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려요. 연중 대부분이 맑고 따뜻해요. 겨울이라 해도 기온이 10도 아래로 잘 안 내려가고, 여름은 30도를 살짝 넘기는 정도예요. 습도도 적당해서 불쾌감 없이 뽀송한 느낌이 들고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여행 오는 사람들도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고, 해가 질 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자연스러워요. 아침에 해변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하는 가족들, 해가 질 무렵 해변에서 요가하는 사람들까지, 일상의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 그림 같아요.
바다만 있는 건 아니에요. 골드코스트에는 아주 울창한 내륙 산악지대도 함께 있어요.
차를 몰고 서쪽으로 40~50분쯤 달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죠. 그곳이 바로 ‘탐보린 산(Mount Tamborine)’이나 ‘스프링브룩 국립공원(Springbrook National Park)’ 같은 지역이에요. 이곳은 울창한 열대우림, 폭포, 협곡이 어우러진 자연보호 구역이라 도심에서 바닷바람을 맞다가 갑자기 밀림 속 공기를 마시는 듯한 전환을 경험할 수 있어요. 특히 스프링브룩에는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라는 독특한 동굴 폭포가 있는데요, 그 안에서는 밤이 되면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반광충(glow worms)까지 볼 수 있어서 마치 동화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도시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꼭 찾는 테마파크들이 줄지어 있어요.
‘무비월드(Movie World)’, ‘드림월드(Dream World)’, ‘씨월드(Sea World)’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에요. 호주의 놀이공원은 미국만큼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친근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어요. 특히 무비월드는 영화 캐릭터들과 퍼레이드,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가 인상 깊고, 씨월드는 돌고래 쇼나 해양 생물 전시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꽤 인상적이에요. 물론 입장료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하루 푹 즐기기엔 아깝지 않은 경험이에요.
밤이 되면 또 다른 분위기가 찾아와요. 골드코스트의 야경은 바다에 반사된 불빛 덕분에 더 반짝이는 느낌이에요.
고층 빌딩 사이로 불빛이 퍼지고, 해변을 따라 조명이 은은하게 이어지니까 한밤중 산책도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로맨틱해요. 골드코스트에는 야시장도 열리는데, 현지 예술가들의 수공예품이나 길거리 공연, 먹거리 부스들이 잔잔한 흥을 더해줘요. 여기서 맛보는 로컬 푸드는 또 다른 즐거움이죠. 피시 앤 칩스나 브리스킷 버거도 좋고, 요즘은 베트남, 한국, 일본 퓨전 음식도 꽤 인기예요.
쇼핑도 빠질 수 없죠. 대표적인 쇼핑몰은 ‘퍼시픽 페어(Pacific Fair)’예요.
이곳은 실내와 야외가 섞여 있는 구조로, 오픈된 공간에서 쇼핑을 즐기다 보면 마치 리조트 안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명품부터 로컬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휴식 공간이 참 잘 되어 있어요.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 앞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꽤 즐거운 시간이 돼요.
골드코스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그 ‘휴양의 리듬’이에요. 시드니나 멜버른처럼 도시적인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자꾸 뭔가를 보고, 먹고, 체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긴 조금 다르거든요. 그냥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 기분이 들어요. 조용히 걷고, 가볍게 수영하고, 바닷바람을 느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그런 소박한 순간들이 골드코스트에서는 전혀 부족해 보이지 않아요.
특히 이곳은 은퇴 후 이주해 오는 사람들, 젊은 가족들, 서퍼들,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잘 어우러져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와 라이프스타일이 섞여 있어서 도시에 흐르는 공기가 꽤 건강하고 느긋해요. 실제로 이곳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호주 내에서도 높은 편이고, 날씨 덕분인지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요.
골드코스트는 단지 바다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에요.
그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유, 바닷바람을 닮은 따뜻한 일상, 도시와 자연이 나란히 공존하는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쉬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해주는 곳이에요. 이 도시는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알려줘요. 그래서인지, 짧게 다녀와도 머릿속에는 오래 남는, 그런 여행지예요. 골드코스트는 늘 햇살 아래 있지만, 햇빛보다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그런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