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Houston)은 미국 텍사스 주 남동쪽에 자리 잡은, 도시로 처음엔 그저 미국의 또 다른 대도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도착해서 며칠 지내다 보면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돼요. 겉으로는 현대적인 건물들과 자동차로 가득 찬 도심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안에는 섬세한 예술과 진한 지역 문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친절함이 공존하고 있어요.
이 도시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고, 텍사스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해요. 국제적인 기업들과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고요. 석유와 천연가스, 항공 우주 산업, 의학 연구, 그리고 국제 무역까지 다양한 산업들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도시라 그런지,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실제로 미국 내에서 가장 인종적으로 다양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 보면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베트남어, 중국어, 아랍어까지 들려오는 진풍경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휴스턴의 아름다움
휴스턴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무래도 우주 이야기예요. “Houston, we have a problem”이라는 문장으로 유명해진 그 도시 맞아요. 이곳에는 NASA 존슨 우주 센터(Johnson Space Center)가 있어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이 훈련받고, 우주 임무가 계획되고 조정되는 중심부죠. 이곳을 방문하면 직접 우주선 모형을 보고, 달에서 가져온 돌조각을 만져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어요. 특히 어린이나 우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진짜 꿈같은 공간이 될 거예요.
기온은 연중 대체로 따뜻한 편인데, 한여름엔 정말 덥고 습해요. 찜통더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편이라서 처음엔 좀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내가 워낙 시원하게 관리돼 있어서 생각보다 잘 버틸 수 있어요. 오히려 겨울에는 비교적 온화해서 두꺼운 옷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도시가 아주 평평하고 넓게 퍼져 있어서, 어딜 가든 차가 필요해요. 대중교통은 있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촘촘하진 않아서, 렌터카나 우버를 이용하는 게 여행자 입장에선 훨씬 편해요.
휴스턴은 진짜 ‘먹는 재미’가 있는 도시예요. 멕시코 음식부터 시작해서 베트남 쌀국수, 바비큐, 해산물 요리까지, 다양한 문화의 요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요. 휴스턴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텍스멕스(Tex-Mex)' 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토르티야 위에 듬뿍 얹어진 고기와 치즈, 매콤한 소스가 어우러지는 그 맛은 한 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게 돼요. 그리고 ‘킬렌스 바비큐(Killen’s BBQ)’처럼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바비큐 레스토랑도 곳곳에 있어서, 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어요.
문화와 예술도 휴스턴의 자랑거리예요. ‘뮤지엄 디스트릭트(Museum District)’라고 불리는 구역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밀집해 있어요. 넬슨 앳킨스 미술관만큼이나 유명한 ‘휴스턴 미술관(MFAH)’은 정말 컬렉션이 풍부하고 다양해서, 고대 유물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어요. 현대미술을 좋아하신다면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CAMH)’도 꼭 들러볼 만하고요. 그리고 과학관, 어린이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까지 테마별로 나뉘어 있어서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도 정말 좋아요.
휴스턴의 또 다른 매력은 도시 곳곳에 있는 대형 공원들이에요.
‘허먼 파크(Hermann Park)’는 중심부에 있는 아주 넓은 공원인데, 안에 일본식 정원도 있고, 작은 호수에서 보트를 탈 수도 있어요. 도심 속에 이렇게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주말이면 도시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소풍 오듯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조금 더 외곽으로 가면 ‘버펄로 베이유 공원(Buffalo Bayou Park)’도 있는데요,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아침이나 저녁에 강을 따라 걷는 기분이 참 좋답니다.
휴스턴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고, 사람이 중심인 도시라는 느낌을 받아요. 시끄럽고 분주한 뉴욕이나 LA와는 좀 달라요. 여긴 속도보다는 흐름이 중요하고, 사람들끼리 여유를 나누는 공간이 많아요. 거리의 벽화나 조형물, 커피 한 잔에 담긴 정성, 그리고 이웃끼리 인사 나누는 모습들 속에서 따뜻한 도시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도시가 가진 또 하나의 특별한 면은 바로 의료 산업과 과학 기술의 중심지라는 점이에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단지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Texas Medical Center)’가 이곳에 있어요. 의학 연구와 병원이 한데 모여 있는 이 복합 단지는, 전 세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유명해요. 과학과 인간의 삶이 맞닿은 가장 현실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쇼핑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갤러리아(Galleria)’를 빼놓으면 안 돼요. 고급 브랜드부터 일상적인 상점까지 다양하게 갖춘 대형 쇼핑몰인데, 실내 아이스링크까지 있어요. 정말 하루 종일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곳이고,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어서 특히 인기가 많아요.
도시 전역이 차 중심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 걷기와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요. 다운타운에는 트램(경전철)이 다니고 있고, 거리 곳곳에 공공 자전거 서비스도 마련돼 있어서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휴스턴은 단지 볼거리만 많은 도시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다채로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도시예요. 누구에게나 열린 분위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풍경, 그리고 정 많고 유쾌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 이런 점에서 보면 여행자에게도 꽤 따뜻하게 다가오는 곳이에요.
처음엔 그냥 ‘큰 도시’라고만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한 번 머물고 나면 사람 냄새나는 도시로 기억될 거예요. 공간은 넓지만 마음은 가까운 도시, 그게 바로 휴스턴이 아닐까 싶어요. 여유를 즐기면서 느긋하게, 천천히,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곳이에요.
언젠가 휴스턴의 햇살 아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시면서 이 도시를 느껴보시길 바랄게요.